클로버 필드
와 잘 만들었다! 정말 실제상황같아!

그런데 문제는 이거 90분짜리 괴수영화 프롤로그..

JJ에이브람스가 고지라를 의식한 발언을 한 걸 보면, 아마 이걸 헐리우드식 프랜차이즈 괴수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속편은 예정된 수순인데..

2편이 나오면 아마도 군사작전 기록 필름이 아닐까 싶어요.

3편쯤 나오면 감독도 제작자도 바뀌어서 고지라나 디워 같은 정통적 구성-전지적 관찰자 시점-의 괴수영화가 될테고.

프랜차이즈로 정착해서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지고 하다가 2018년이 되면 클로버필드 10주년쯤 해서 수퍼맨vs로어 같은 걸 만들지도 모르겠어요. (판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같은 건 10년 뒤에 생각해보고) 아니 혹시 로어VS이무기라던가. -_-;

고지라로 대표되는 거대 괴수물이라는 건, 재앙적 측면과 캐릭터적 측면을 갖는데 원조 고지라는 캐릭터성보다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재앙적 측면이 부각되는 것이었죠.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클로버필드의 괴수는 거대괴수라는 재앙을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게 그려놓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유의 여신상 '머리'를 날려버린 장면으로, 테리터리 의식을 갖고 있는 캐릭터라는 점도 은근슬쩍 내비춰주죠.
거대구조물도 아니고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도 않은 '조그마한 것'을 손수 공격하는 의외로 쪼잔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하여튼 헐리우드 기술로 리얼하게 만들어진 괴수 체감 어트랙션이라는게 목적이라면 성공적입니다만..

초반에는 이녀석으로부터 가해지는 직접적 위해-도시 파괴가 가져오는 집단 공포감이 생생하게 전해지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전형적인 헐리웃 형태의 괴물 영화가 되어서-특정 폐쇄공간에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당히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기어들어올만한 사이즈의 괴물을 상대하는 액션 호러풍 구성이 되어버려서 긴장감은 느껴지지만 이미 거대괴수영화의 테이스트가 많이 사라져 버립니다. 중반부는 프릭스인거죠.
마무리를 거대괴수에게 맡김으로서 부족한 면을 메꿔주지만 결국 그 기생충들 때문에 이야기 패턴이 구식이 되어버렸고, 주역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져버렸습니다.

괴수는 좀 카리스마가 있어야 해요. 고지라 캐릭터가 딱 그거죠. 구역 싸움 나온 가오다시 야쿠자 형님.
TV극화가 되면서 정의의 괴수 어린이의 친구 뭐 그런 면도 생기지만 결국 고지라 자체는 자기 구역-동경만-에 나타난 잡것들을 용납치 않고 쫓아내거나 굴복시키는게 목적인 겁니다. 그러다 보면 쪼잔한 면도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는 '형님'이죠. 그런 면에 비하면 로어는 이 한편으로 고지라와 같은 위치를 얻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쪼잔하게 이런 기생충들 내보내지 말고, 발 끝의 개미같은 인간들에게는 신경쓰지도 않는 초월자적 모습을 보여주며 뉴욕을 활보하고, 그런 특징을 느낀 겁대가리 상실한 주인공 친구가 괴수의 뒤를 적당히 쫓으면서 참극을 기록하는 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꽤 재미는 있었는데.. 영화 끝나고 사람들이 대부분 영화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나가는, 화산고나 용가리때도 보지 못했던 진귀(?)한 현장을 목도했습니다.. 개봉된지도 좀 됐는데, 웬만하면 사전 정보 알고들 온 거 아닌가.

듣던 소문보다 화면이 그렇게 정신없지는 않았네요. 이 영화보단 오마하 비치 장면이나 태극기 휘날리며가 더 정신없던데. 단지 시야가 제한되어 엄청 갑갑해지긴 하지만.
by 펭귄대왕 | 2008/02/07 19:19 | 펭귄디'라이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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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2/16 21:08
영화를 빙자한 체감 어트랙션이 딱인 듯...(울렁거리는거 무서워서 아직 안봤습니다 OTL)
슈퍼맨vs로어는 영화는 아니라도 다크호스 코믹스 같은 데서 만화로 내주지 않을까 싶어요. (이 회사는 돈만 되면 슈퍼맨vs에일리언이나 로보캅vs터미네이터를 찍어냈던지라 OTL)
Commented by 펭귄대왕 at 2008/02/17 19:54
잠본님//그런데 중간쯤에서부터는 어트랙션같은 면모도 사라집니다. 호러 액션물에서 좁은 시야를 활용해서 긴장감을 높여주거나, 부분부분 시선을 빌어 현장감을 표현하는 연출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으니..

상황의 리얼함에 얽매이면서 전개상 건물이 무너지는 한복판에 있을 수가 없으니 초반같은 현장감이 많이 사라졌고, 그걸 보충하기 위해서 괴수에게 접근하는, 좀 무리있는 전개가 되어버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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